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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끌어안고 사는 시기가 있고,
별로 그런 것 없이 사는 시기, 혹은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 시기가 있다. 지금 난 별로 추억이나 기억같은 걸 되새기고 싶지 않은 상태다. 그냥 싫다. 기분이 나빠진달까. 내 책상 책꽂이엔 참 여러 가지 종류의 수첩과 공책들이 꽂혀 있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뭔가를 적는 것이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일기장만 몇 권 되는데, 주로 기억하고 싶은 일을 '서사적 전개'식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다. 난 기억력이 좋기도 하지만, 예전의 이 습관이 추억과 기억을 너무나 자세히 기억나게 하곤 한다. 다행스럽게도(불행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사적 전개로 기억하고 싶은 일을 기록했던 습관은 한 3-4년 전에 없어졌다. 그리고 공책보다는 작은 수첩이 한 5-6개 되는데, 여기엔 라디오에서 들었던 멋진 노래, 보고 싶은 영화 목록, 짤막한 일기 등, 정말 쪼가리 기억들이 기록되어 있다. 아. 예전 남자친구가 줬던 일기장이 하나 끼어있다. 100일인가를 기념해 며칠간 일기를 써서 줬던 선물. 얼굴을 보지 않은지 꽤 됐고 이후에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왜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왠지 이런 얘기 좀 미안하지만, 버려야 하는데. 오늘 아무 생각 없이 수첩 하나를 꺼내보았다. 한 4-5년 된 것 같다. 1999년이라 써 있는 걸 보니. 별별 것들이 다 발견됐다. 대학 때 동아리에서 열었던 레즈비언 영화제 티켓 5장, "친구야, 난 널 영원히 기억할 것이야"라고 적힌 카드, 증명사진 몇 장, 수강신청 변경원 확인표. 그리고, 여전한 흔적들. 조금 읽다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져서 그냥 한장 한장 넘겨보았다. 기분 안 좋을 때, 그 '서사적 기록'을 꺼내보면서 기분을 바꿔보기도 하는데, 이 4-5년 전 기억들조차 다시 생각하기 싫으니. 내 수첩에 적혀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그 때와 지금, 전혀 같은 것이 없어 보이는 그들에 대한 나의 감정들이, 당황스럽다. 아. 싫다 이런 느낌. 정말 싫다. (음악 링크 삭제) 과거의 수첩 속에 적혀 있던 음악, Ivan Lins의 Sommos Todos Iquais Neta Noite. 수첩 속에서 그래도 이 음악 하나를 건질 수 있어 기뻤다. (음악 링크 삭제) Ivan Lins 나온 김에 하나 더, Voa. 가사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왠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다. 음악 정도는 들어줄 수 있으니까. *귀차니즘의 당신, 그래도 이번만큼은 두 곡 다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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